티스토리 뷰

주말마다 모여 게임 개발을 하는 'Newline GameLab'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팀 이름은 거창하지만, 아직 정식 게임은 출시한 적 없는 개발 동호회 수준의 작은 그룹입니다. 시작한지는 벌써 3년 정도 되었네요. 저희 팀과 같이 작은 게임 개발팀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저희 팀의 첫 게임 개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뉴라인 게임랩 로고]

처음 게임 개발팀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계기는 '취미로 하는 게임 개발기 - 게임 개발 도전기' 포스팅(https://daeyeobi.tistory.com/6)에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단순하게 '사회 풍자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이유에서였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이유가 명확 했기 때문에, 만들고자 참고했던 게임 스타일과 유형도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참고했던 게임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너무나도 명확하고 재미있어서, 사실상 게임 개뱔팀을 만들게 된 시작점이기도 했죠. 그렇게 '대한민국의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목적은 단순했지만, 어떻게 표현 할지는 너무나도 막막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과 만드는 것이 다를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막막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죠. 그 때 나왔던 여러 아이디어는

* 취준생을 강하게 만들어서 점수 대결을 하는 실시간 면접 대전 게임

* 일정 기간동안 많은 회사에 합격하면 높은 점수를 받는 게임

* 무한히 성장하는 방치형 취준생 게임

등이 있었지만, 개발자 두 명이 처음 게임을 기획하다보니 계속 뜬구름 같은 이야기만 반복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조차 확실하지 않는 상태였으니까요. 결국 이야기 끝에 참고할 자료가 많고 제일 무난하다 생각했던 '프린세스메이커' 스타일의 육성 게임을 만들기로 합니다.

게임 개발을 위해 선택했던 유니티라는 툴도 처음 사용해보는 입장에서 네트워크 플레이나 복잡한 개발 요소를 넣기에는 너무 부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이 시점부터 작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둘이서 결정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개발 가능성'을 높은 우선 순위로 잡게 되고, 결론은 항상 '단순하게 만들어 보자'는 걸로 끝나버리는 케이스가 반복되는 것이죠. 나중에는 다른 프로젝트를 하게 되더라도 단순한 게임들만 참고하는 문제가 되더군요.

한 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혼자 혹은 둘이서 만들 때는 '재밌을 것 같은데?'를 가장 주의해야 합니다. 혼자 고민하다가 이 정도면 좋다고 결정을 하거나, 둘 중 한 명이 반대해도 단 한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획 변경만으로도 진행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과를 보고 '이건 좀 아니었네'하는 것을 똑같지만, 2명으로 구성된 팀과 3명으로 구성된 팀의 차이는 분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의 기획 실패를 거쳐 어떤 게임을 만들지 기초적인 기획이 끝날 쯤 한 명의 인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기획에 대한 불평'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는 건데요, 당연히 모든 기획에서 '좋다'는 의견이 모아 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 했듯 둘이서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는 경우가 확실히 많기 때문에, 단 한 명이 늘었음에도 반대 의견이 늘어나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팀원이 4명이 된 지금에서 생각을 해봐도 2명 보단 3명이, 3명 보단 4명이 좋은 것 같습니다. 운영하는 방법은 그만큼 배로 어려워지는 게 문제지만요.

사람의 수와 관계없이 게임의 기획을 정해가면서 생겼던 가장 큰 문제점은 '생각'을 공유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서로가 가진 아이디어를 공유 하면서 어느 정도 같은 게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저랑은 다른 게임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 팀원이 꼭 생겼습니다. 다시 서로의 이미지를 맞추는데 시간을 쓰게 되고, 어느 시점엔 게임의 장르까지도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걸 경험 하면서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의 모습을 팀원 들이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개발자 3명이서 의견을 맞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데이터의 '도메인'을 정하고 공유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픽적인 부분이 가장 먼저 나오면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개발자 3명이서 할 수 있는 것 이라곤 종이에 그리는 잘 표현되지 않는 어설픈 그림 정도가 한계였으니까요. 글로 길게 적어도 괜찮았겠지만,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조를 잡으면서 게임이 어떻게 실행될지를 공유하는 방법이 개발자들의 모임에서는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취준세스메이커의 플레이어가 가지는 db값(돈, 영어능력, 화술, 체력..)을 쭉 보다가 '노오력' 이라는 값을 보고 이 게임에서 노오력치가 어떤 시점에서 사용이 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문서화를 하면 '노오력' 이라는 값에 대해 '개발자'적으로는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 다음으로 부딪힌 문제는 게임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유니티에는 에셋스토어라는 훌륭한 마켓이 있었지만, 디자인은 할 줄 몰라도 디자인을 보는 눈이 너무 높은 관계로... 에셋스토어에서 디자인을 결정하지 못하고 직접 할 수 있는 '도트 찍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유니티 에셋스토어]

그때 부터 생각보다 도트 찍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곤, 직접 디자인 리소스를 찍는 노가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트 디자인을 왜 그렇게 선호하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고, 조금씩 개발 이전에 필요한 내용들을 하나씩 채워가다보니 실제 개발 툴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로 금방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게임 기획 진행속도가 느려지고, 더이상 '새롭게 만들 것'이 없어지는 순간 매주 모이는 모임에서 약간의 공백이 느껴지는 시점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됩니다. 팀원 3명이 전부 개발자이다보니 '만들고 싶은 욕심'을 내고 만 것이죠.

종이로 기획하는 것에 꽤 많은 시간을 들였음에도 '과연 이게 다른 팀원들과 동의가 된 내용일까?'하는 고민이 항상 생기게 되는데, 그림을 그리거나 질문하는 방식으로 확인을 해도 만족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니 '실제로 만들어 보고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진 탓이었습니다.

심지어 기획은 커질대로 커져서 정말 프린세스 메이커급 선택지와 기획이 필요한 단계까지 왔지만, '일단 모르겠고 만들어보자'가 더 중요한 나머지 개발자들의 기본 욕구인 '만들기'를 너무 일찍 시작했습니다. 물론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만든다'라는 사실에 너무 심취해버린 나머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만족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모두가 개발자였으니 인터넷을 참고하거나 예시를 보면서 서로 작업해야하는 부분은 진행이 금방 되어가는 듯 보였으나, 만드는 것이 게임인지 프로그램인지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이 때, 게임 개발은 취미이니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데, 각자가 주중에 해올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인데다가 시간은 점점 지나가니 이젠 게임처럼 생긴 무언가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게 필요한 개발은 조금씩 진행이 되어가는데.. 게임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개발은 얼추 완료된 시점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기획은 100까지 올라갔지만, 실제로 기획된 내용은 50정도 밖에는 안 되어 있었으니 게임이 완성이 될 리가 없었죠.

게임 개발을 위해서 쓴 시간은 팀을 꾸리고, 아이디어 회의를 한 시간에 비하면 훨씬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첫 게임 개발이긴 했지만, 개발 자체는 명확히 요구사항이 정해진 상태라면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게임의 개발 목적과 요구사항이 명확해야 한다는 걸 크게 느끼긴 했지만요.

결과적으로는 그럴싸하게 실행은 되는, 그러나 '게임'은 아닌 무언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개발의 진행상황이 정체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죠. 앞에서 준비했던 시간에 비해 첫 프로젝트는 약간 허무하게 정리를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PM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이 속도를 낸 것이 실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개발' 자체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더 이상 만들게 없어지는 순간 방향을 잃어버리는 문제가 생겼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첫번째 프로젝트는 아쉬움 속에 조용히 마무리 되었습니다. 물론 '언젠간 완료될' 프로젝트로 남기는 했지만요. 게임 개발의 재미를 느꼈던 첫 프로젝트인 만큼 팀에서 가장 정성을 많이 쏟았던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